아카데미극장이 무너진 뒤 만들어진 책 읽기 모임인 ‘아카데미 책방’. 우리는 꽤 많이 모여 함께 읽고, 먹고, 마음을 나누고, 또 눈물을 흘리고 웃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끝나고 우리에게 남은 서사는 한가득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만남과 나눔, 그리고 교감의 시간은 말로 다 표현하거나 이 글에 온전히 담을 수 없지만, ‘해러웨이의 실뜨기’는 우리의 관계를 엮어내며 우리만의 서사와 연대를 이루어냈습니다.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 책 읽기 여정을 마무리하며 함께한 멤버들의 소회를 기록합니다.

이쁜이

아카데미+책+방

지난 1월부터 시작한 ‘페미니즘 도서읽기’ 모임이 처음에는 화요일이었다가 다음에는 수요일로 옮겨서 꾸준히 이어졌다. 갈 때마다 설레었다. 늘 빡빡한 일정과 결정해야 하는 많은 일 사이에 꾸역꾸역 2시간을 지키려고 했다. 아카데미 책방에서 책을 읽고 오면 왜인지 모를 생기가 돌고 방향을 찾고 연대하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책방에서 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신기한 마음이 샘솟고 있었다.

아카데미책방은 아카데미에서 시작했다. 극장 건물이 허물어져서 ‘아카데미’란 단어만 들어도 섭섭하고 사무치고는 하는 마음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드는데 흩어지지 않고 연대를 만든 사람들 사이의 책 모임은 생각만 해도 멋졌다. 사유를 공유하고 서사를 이어가도록 돕는 일이 책을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소리 내어 읽는 방식이었다. 소리를 내어 읽고 때로는 드문 드문 만나고 식사를 나누는 일도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어서 같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좋았다. 공평하다는 것. 억울하지 않다는 것은 ‘사이’의 샘솟는 다양한 가능성을 이끈다. 책 읽는 소리는 달콤하고 편안한 마음을 주고는 했다. 부제는 ‘페미니즘 도서읽기’였다. 여기에는 의도가 있었다.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것. 페미니즘은 한 젠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위한 것이기에 결국은 우리가 살아낼 지역에 다양한 소리를 입히도록 돕자는 의도였다.

‘아무것도 팔지 않는 가게, 상점, 점방’. 이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났고 또 오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중간에 길찾는 이가 합류하기도 하고 학교로 공부간 사이에 이어가기도 했다. 서로 안부를 나누었다. 수요일 한 낮, 일로 만나지 않는 사이가 한참 이어졌다. 올해 두 권 정도 이어질까 했는데 세번째 책을 함께 읽기로 약속했다. 재밌거나 얻을 게 있다는 증거다. 신기한 일이다.

아카데미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