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혜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은 원주 아카데미극장이라는 공통 자원을 보존하는 운동에서 출발했다. ‘극장’이라는 물리적 자원에서 출발해 비조직적이고 자발적인 시민 모임이 구성되었다. 초기에는 근대 문화유산이라는 물리적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행정 절차에서 시민의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경험을 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운동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친은 원주 시민사회, 영화인, 그리고 공공의 자산을 지키려는 다양한 단체 및 개인과 연대하며 지지를 받았다. 원주의 비민주적 정치 환경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친과 연대한 작은 단체, 시민들은 아카데미극장 보존 운동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의 가치를 발견했고, 이를 조직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공통의 경험을 토대로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며 자치 활동을 하는 공동체로 발전한다. 이에 따라 비영리단체 <아카데미의 친구들>을 설립하였다. 현재 아친은 아카데미극장 보존 운동을 경유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위협을 공동 토론장에서 논의하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훼손 문제에 맞서 다양한 의제를 연대하고 있다. 시민 자치권을 인식하고 자치 활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초기의 물리적 자원이었던 아카데미극장은 점차 변주되고 확장되었다. ‘아카데미극장’으로부터 시작된 아친의 활동은 단순한 공간 보존을 넘어, 지역 사회 내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3년 11월 12일 시민 행진
‘커먼즈’에 관한 저명한 학자인 오스트롬은 커먼즈 공동체를 ‘**동일한 신념을 가진 무리가 아니라, 공통 자원을 기반으로 교류하고 학습하며 호혜적 관계와 신뢰를 구축하며 자치규범이 작동되는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끝없는 소비로 인한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적 도시에서 도시 거주자들은 아카데미의 친구들이라는 공통의 장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불평등과 위기를 의제화한다. 이들은 각자의 지식을 교환하고 사회적 학습을 거치며 협력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불평등으로 초래된 각종 위기에 맞서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자치 시민임을 경험하고, 자연의 일부로서 세계와 연결된 존재임을 발견하며 공동체성을 회복해간다.
논문에서는 ‘집합적 존재로서의 도시 커머너’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서로 다른 가치와 행동을 수용하면서도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존재’ 이는 공통 자원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친의 활동과 다르지 않다.
우리 운동의 출발점이자 기반이 되는 핵심 자원으로, 이 공간이 도시 거주자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화되었다. 이 과정은 ‘도시커먼즈는 도시 거주자의 필요로 만들어진다’(p162)는 원리를 보여준다.
공동체가 생산하는 문화적 활동과 프로그램은 ‘커머닝(commoning)이라는 실천적 과정’(p.158)을 통해 생성된 자원으로, 이는 ‘집합적 행위로 형성된 공통자원’(p.157)의 특성을 지닌다. 우리가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커먼즈 자원이다. 이는 곧 ‘상상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며,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아친만의 고유한 자산이다.